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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의 성장

현존수업의 핵심, 의식적 연결 호흡

by qaz001 2022.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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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은 모든 수행의 토대로 작용한다. 숨 쉬는 것처럼 쉽다는 말이 있지만, 각 수행전통마다 호흡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호흡법을 알고 올바르게 호흡할 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여러 가지 호흡법 중에서 현존수업의 마이클 브라운이 알려주는 의식적 연결 호흡을 소개한다. 이 호흡은 단전호흡 등에서 하는 것처럼 호흡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다. ‘의식적 연결 호흡’이라는 말처럼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과정에서 절대 호흡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유지하면서 그 호흡 위에 의식을 실어 자각하는 것이다.

호흡에 생각이 끼어드는 순간 호흡이 끊어진다


우리 인간은 숨을 들이쉬거나 내쉴 때 호흡이 연결이 끊어지는 유일한 동물이다. 야생의 동물들은 언제 어느때라도 호흡의 연결이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 위기에 봉착했을 때는 빠르게 호흡해서 위기에 대처하고, 위기에서 벗어났을 때는 느리게 호흡하면서 삶의 여유로움을 즐긴다. 하지만 우리 인간만이 호흡과 호흡 사이의 연결이 매듭처럼 끊어지는 경험을 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가진 생각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생각은 몸과 상관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에 빠져드는 순간 우리는 현재를 벗어나 과거와 미래로 시간이동을 한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 속에서는 몸이 느끼는 현순간을 자각할 수 없기 때문에 오직 현재 속에서만 작용하는 호흡이 멈추거나 끊기는 현상을 알아차릴 수 없게 된다.

의식적 연결 호흡은 호흡을 통해 의식이 지속적으로 현재에 머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면서 우리 내면과 외부가 하나로 연결될 수 있게 해준다. 우리 내면에 머물고 있는 우주의 청사진과 외적인 환경인 현실이 하나로 연결될 때 '나'라는 존재는 우주의 청사진과 현실이라는 두 축을 이어주는 중심점이 된다.

자기 내면에서 우주의 이원성이 하나의 중심점을 갖게 되면, 그토록 광대무변해 보이던 우주의 중심점도 감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 내면의 우주와 외적인 우주가 시공을 초월한 같은 우주라는 걸 알아차릴 때 우주의 중심과 나의 중심이 하나가 된다. 관조 수행은 이런 과정을 몸으로 체감해 나가는 과정이다.

관조 수행의 진행 과정


관조 수행의 절차를 머리속에 그림으로 그린다면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대개의 경우 명상이나 수행을 할 때는 이 과정들이 제각기 매우 실체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1. 우리의 생각, 감정, 느낌이 외부 자극에 자동 반응하여 표현되는 무의식적 절차를 중지한다.
2. 주의초점의 방향을 의식적으로 외부가 아니라 내면으로 선회시킨다.
3. 내면 깊숙한 곳에서 외부 세계를 향해 빔을 투사하는 프로젝터의 중심점을 찾는다.
4. 내면의 중심점을 뚫고 들어가 외부로 발현되는 투사체의 본질인 자신의 참된 본성을 알아차린다.
5. 자신의 참된 본성이 어떤 과정을 거쳐 외부로 투사되는지 확인한다.
6. 외부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의 참된 본성을 왜곡시키고 있는지 이해한다.
7. 외부세계에 대처하는 방법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참된 본성과 외부 환경을 일치시킨다.

우리 내면의 본성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본성이다. 환경적인 요소로 드리워지는 외적인 상황들도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렵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변이, 혹은 돌연변이라고 한다.

내면의 본성과 외적인 환경을 우리가 바꿀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그 특성이 집단적이기 때문이다. 개체로서의 우리가 우주를 이루는 집단성의 두 축과 싸워서 이길 방법은 없다. 우리가 욕망과 욕구로 느끼고 있는 본능적인 측면들을 포함해서 진화를 추동시켜 나가는 모든 측면들은 내면의 집단성에 속하고, 불어오는 바람부터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나 이외의 모든 것은 환경에 속하고 환경은 대표적인 외적 집단성에 속해 있다.

우주적인 수준에서 음과 양이라는 이원성의 작용은 우주적인 존재가 즐기는 신성한 유희이며, 이 놀이는 내적인 집단성과 외적인 집단성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운동이다. 이 사이에 무언가가, 혹은 누군가가 끼어들어 있다고 해도 이 운동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태풍이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갈 때, 길가에 영롱하게 피어난 예쁜 들꽃 한 송이를 만났다고 달라지는 건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모든 것에는 반전이 있다. 그리고 이 반전이 스토리의 핵심이다. 길가의 들꽃 한 송이가 잠에서 깨어날 때 태풍은 사라진다. 그토록 엄청난 자연재해라고 느끼던 태풍은 바로 들꽃이 꾸던 꿈이었다. 물론 진짜 꿈처럼 모든 것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니다. 몸을 가진 존재로서 느끼는 감각도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느껴야 할 고통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뿐이다. 항상 자동으로 뒤이어 따라오던 괴로움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고통은 그냥 고통으로 남을 뿐이다.

의식적 연결 호흡의 방법과 효용성


이렇게 반전을 가져오는 핵심적인 수단이 바로 의식적 연결 호흡이다. 현존수업의 저자인 마이클 브라운은 매일 일어나기 직전과 잠자기 직전 각각 15분씩 해줄 것을 권한다. 잠자기 직전과 일어나기 직전은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시간이자 의식과 무의식이 뒤엉켜있는 시간이다. 완전히 깨어난 상태에서는 무의식으로 가는 문이 언제나 단단히 닫혀있지만, 비몽사몽 간의 이 시간에는 무의식으로 들어가는 문이 살짝 열려있다. 그리고 우리가 의식적으로 행하는 모든 것은 무의식의 문턱을 넘어서야만 몸에 체화될 수 있다.

의식적 연결호흡의 방법은 간단하다. 앉거나 누운 상태에서 단전 안쪽으로 의식을 모은다. 요점은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곳이든 긴장되어 있거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없이 단전 안쪽의 한 점을 중심으로 파도가 밀려갔다가 밀려들어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호흡을 하면 된다. 지금 자신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호흡을 하면 되는 것이다.

대부분 숨을 내쉬었다가 다시 들이쉬는 시점, 또는 숨을 들이쉬었다가 다시 내쉬는 시점에서 호흡이 끊긴다. 과도하게 의식할 때도 호흡이 끊기고 호흡을 하고 있다는 자각을 놓쳤을 때도 호흡이 끊긴다. 머릿속에서 생각은 1.5초에 한 번꼴로 스파크를 일으키는데, 두 번의 스파크가 일어날 때까지, 그러니까 3초 이상 호흡에서 의식을 놓치게 될 때 의식은 ‘지금 여기’를 떠나 과거와 미래의 어느 곳인가를 떠돌게 되면서 호흡의 연결이 끊어지게 된다.

15분은 매우 긴 시간이다. 생각이 1.5초마다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어디론가 튄다는 걸 생각하면, 단단히 고삐를 죄어매지 않으면 15분 동안 앉아있어도 정상적으로 연결 호흡이 이루어지는 시간은 채 2~3분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계속 훈련을 하면 좋아진다. 훈련이 잘된 사람도 즉각적으로 15분 내내 연결 호흡을 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5분 이상 자신도 모르게 연결 호흡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공간이 주는 안정감이 얼마나 편안하고 울림이 큰지 말로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할 것이다.

관조 수행은 한방에 모든 것을 바꾸는 크고 대단한 수행이 아니다. 일상 속에 먼지가 쌓이듯이 알게 모르게 조금씩 쌓아나가는 수행이다.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만 설정해 놓은 상태라면 조금 일찍 시작해서 수행의 결과가 눈에 보이는 사람이든, 조금 늦게 시작해서 15분 내내 진땀을 흘리는 사람이든 별로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우주라는 태풍 속에 휩싸여있는 개미떼와 같다. 몇 걸음 앞에 가든 뒤쳐져 있든, 우리 눈에 중요해 보이는 그런 것들은 사실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향후에 억겁의 윤회전생을 거쳐 다시 오더라도 길을 잃지 않고 찾아갈 올바른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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