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들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책으로 꼽는 3가지 작품이 있다. 그것은 성경과 셰익스피어의 희곡, 그리고 호메로스의 일리아드 오딧세이이다. 이중 호메로스는 일리아드와 오딧세이 두 작품을 남겼는데, 흔히 일리아드의 주제는 분노, 오딧세이의 주제는 복수라고 말하고 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첫문장으로 시작된다.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아킬레우스는 일리아드 속 신화시대 그리스의 최고 명장이다. 아킬레우스는 여신 테티스와 인간 펠레우스의 결혼에 의해 태어났는데, 이 두 사람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이 던진 사과에 의해 훗날 트로이 전쟁이 벌어진다.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
여신 테티스는 자식이 필멸의 존재로 살아야 하는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불멸의 유전자로 만들기 위해 끓는 물에 던지거나 타오르는 불 속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6명의 아이가 죽었고, 7번째 태어난 아이가 아킬레우스였다.
인간 펠레우스는 테티스를 이해하지 못하고 둘은 결국 헤어진다. 아이를 신적인 존재로 만드는 과정을 방해받자 화가 난 테티스가 아이를 집어던지고 친정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그래서 펠레우스는 켄타우로스족의 현자 케이론에게 아킬레우스의 양육을 맡긴다.
아킬레우스를 키운 케이론
위대한 스승 케이론은 사자와 멧돼지, 곰의 골수와 내장을 먹이면서 아킬레우스를 키웠고, 이를 통해 아킬레우스는 사자와 멧돼지, 곰과 같은 힘과 용맹함을 갖게 되었다. 케이론 아래에서 아킬레우스는 점점 모든 인간을 뛰어넘는 위대한 영웅으로 자라난다.
그 사이 성장해가는 아들을 다시 만난 테티스는 아들이 평범한 인간으로 살면 장수를 누리지만 전쟁에 참전하면 목숨을 잃게 된다는 신탁을 받고, 불멸의 존재보다 평범한 삶의 소중함을 깨달으면서 아킬레우스에게 여장까지 시킨 채 조용히 살림남으로 생활하게 한다.
아킬레우스의 엉뚱한 분노
아킬레우스의 무력과 용맹함은 그리스 최고였지만, 테티스는 신탁을 믿고 아들의 출전을 가로막는다. 아킬레우스없이는 전쟁에서 이길 수 없었기 때문에 오딧세우스는 방물장수로 변장해서 여자들 사이로 침입하여 아킬레우스를 설득하여 전쟁에 참전하게 만든다.
10년이 넘게 지속되는 전쟁 속에서 아킬레우스는 참전에 대한 전리품으로 브리세이스라는 여자를 받게 된다. 전리품으로 받았으나 아킬레우스는 브리세이스를 아끼고 사랑했다. 그러다 다시 브리세이스를 빼앗겼을 때 그에 대한 분노로 출전을 거부하고 틀어박힌다.
이 엉뚱한 분노는 아킬레우스의 하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던 파트로클로스를 죽게 만든다.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를 불러내기 위해 그의 갑옷을 입고 무구를 챙겨 싸움터에 나갔다가 적장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 것이다. 연인을 잃은 슬픔 뒤에 다시 절친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극에 다다른다. 아킬레우스는 곧바로 전쟁에 참여하여 헥토르를 죽이고, 그의 시체를 잔인하게 전차 뒤에 매달고 친구의 무덤을 십수바퀴나 돌면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다.
분노의 해소
사랑하는 여자와 친구를 잃은 슬픔에 의해 분노에 침몰하기는 했지만, 아킬레우스의 본성까지 무너진 것은 아니었다. 위대한 케이론의 가르침은 아킬레우스를 밑바닥까지 떨어지게 하지는 않았다. 프리아모스가 찾아와 아들의 시체를 돌려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을 때 아킬레우스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로 프리아모스를 위로하며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주었다.
“제우스의 궁전 바닥에는 커다란 두 개의 항아리가 있는데, 하나에는 불행이 다른 하나에는 축복이 들어 있습니다. 제우스는 인간들에게 두 가지를 섞어서 주기도 하고 나쁜 것만 주기도 합니다.”
나중에 아킬레우스는 파리스가 날린 화살에 유일한 약점인 발뒤꿈치를 맞고 죽는다. 트로이 전쟁에서 아킬레우스의 나라 그리스는 프리아모스의 나라 트로이에게 패배한다. 이 패배는 어쩌면 분노에 휩싸인 아킬레우스가 인간성을 잃지 않은 프리아모스에게 패배한 것과 같을 것이다.
살아있는 아들도 아니고 죽은 아들의 시체를 찾아 장례를 치러주기 위해 적국의 왕이 목숨을 내놓고 전쟁중인 적군의 장수를 찾아와 무릎을 꿇는다는 건 아킬레우스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킬레우스의 갑옷과 무구는 그다음의 용장인 오딧세우스가 물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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